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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구자성 회원의 바둑 재능기부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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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조회 935회 작성일 15-06-1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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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어르신이 바둑판 펴놓고 기다리는 데,
송파복지센터서 바둑으로 '재능기부'하는 구자성 씨




금융계 재직시절 ‘바둑선수’

몇 점 깔고 어르신과 한판승

고단했던 치매어르신 인생에

마지막 자존감 실어주는 봉사

“며, 며, 몇시인고?” “아직 두어 시간 남았네요. 시간 되면 말해줄테니 걱정말고 잠시 눈 좀 붙이고 쉬어요.” 올해 초 갑작스런 뇌출혈로 치매가 시작된 여든여덟 김무근(가명) 할아버지는 일주일 내내 수요일 정오만 기다린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산하 송파버들데이케어센터를 이용하는 김 할아버지는 평생 약사로 살아온 ‘바둑광’이다. “바깥양반은 무료한 하루를 보내면서도 바둑을 두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눈칩니다.” 치매가 온 뒤로 건강했던 몸은 하루아침에 마비가 왔고 기억력이 급감하면서 입술까지 떨려 발음도 부정확해졌다. 할아버지의 유일한 낙(樂)은 매주 수요일 낮에 펼쳐지는 ‘바둑대전’.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고 부인의 도움 없이는 홀로 할 수 있는 게 없지만 바둑판 앞에서 만큼은 아직 치매노인이 아니다. 1시간 가까운 짧지 않은 시간동안 고요한 묵언 속에서 이심전심 이뤄지는 바둑 한 판은 김무근 할아버지에게 있어 걸림없는 영혼으로 자유와 해탈을 만끽하는 마지막 자존감의 장이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자 상대와 쉼없는 무언의 대화로 전개되는 바둑판 위 세상에서 할아버지는 고단했던 삶의 끝머리를 차분하게 정돈하는 듯 했다.

김무근 할아버지의 벗이 돼주기 위해 한번도 거르지 않고 달려오는 주인공은 누굴까. 금융계서 정년퇴임하고 송파구 구의원을 역임한 구자성(67)씨다. 33년간 은행에서 근무한 그는 1991년 한국기원 공인 5단을 땄고 재직시절 ‘금융단 바둑대회’에 출전해서 우승한 경력도 있다. 한국바둑협회가 인증한 바둑지도자자격증도 소지하고 있다.

10년은 족히 젊어뵈는 건강한 체력에 3남매를 일찌감치 시집장가 보내놨으니, 이제는 부인과 함께 여행과 레저 즐기면서 ‘우아하게’ 살아도 될텐데, 구 씨는 색다른 삶을 선택했다. 학교다니듯 시간맞춰 규칙적으로 복지관을 찾아가 치매노인과 바둑을 두어주면서 시간과 재능을 온전히 기부하는 삶이다. 단 한분의 치매어르신을 위해 웬만한 개인사는 접어 버린다. 역마살이 있어서 여행을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어르신이 제 발목을 묶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며 환하게 웃는 그다.

“최근 방영한 드라마 ‘미생’에서 언급됐듯이, 세상사 모든 진리가 바둑 한 판에 깃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브레인스포츠라 불리는 바둑은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가장 정확하고 정직한 논리와 질서가 담겨져 있는 매력적인 스포츠입니다.”

구 씨의 바둑예찬론은 끝없이 이어졌다. “나의 한 수와 상대의 한 수를 끊임없이 예측하고 고민하는 바둑은 사회활동이 비교적 제한되어 있는 노인들의 사고패턴을 전환하는데도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특히 치매를 앓고 있는 어르신이 바둑을 둔다는 것은 어느정도 치유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김무근 할아버지가 구자성씨와 바둑을 둘 때는 실력수준을 맞추기 위해 다섯점을 깔고 시작한다. 때로는 바둑돌 하나 더 얹어주는 김 할아버지의 센스는 자신보다 실력있는 상대방과의 재미와 긴장을 강화하기 위한 일종의 배려다. 요즘처럼 날씨가 무더울 때는 바둑을 두면서 갈증이 생기기 일쑤.

송파버들데이케어센터에서 치매어르신을 위해 매주 수요일마다 ‘바둑봉사’를 하는 구자성씨. “가장 인간다운 삶이란 봉사하는 삶”이라고 말한다.

구 씨가 시원한 음료수를 챙겨가자, 어느날부터 부인을 통해 미리 음료수를 준비한 할아버지는 어렵사리 마음속 이야기를 부인에게 털어놓았다고 한다. “구 선생과 바둑 한 판 두고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개운하다. 젊은 사람이 바쁘고 귀찮을텐데 나같은 늙은이를 위해 찾아와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앞으로 차는 우리가 대접했으면 좋겠다.”

구 씨 역시 아버지뻘 어르신이 기다려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반갑게 맞아줄 때는 몸둘바를 모를 정도로 기분이 좋다고 한다. “어르신께선 가끔 손놀림이 자유스럽지 못해서 바둑돌을 제 위치에 놓지 못하고 떨어뜨릴 때도 있고, 의사소통이 쉽지 않은 순간도 있습니다. 하지만 바둑에서 욕심을 부리면 결국 패배한다는 진리, 욕심을 내려놓은 순간 길이 보이는 바둑의 매력을 어르신은 제대로 알고 즐기는 것 같습니다.”

아들이 놀이터에서 맨날 저보다 나이 많은 동생들이랑 놀길래, 왜 또래나 형들이랑 놀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어릴 때 동네 형들이 놀아주지 않아 많이 섭섭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자기가 겪었기 때문에 자신은 동생들과 ‘놀아주는 형’이 되겠다는 것. 구 씨 역시 마찬가지다.

나이들어 병들고 아플 때 아무도 찾아주지 않고 삶에 흥미와 재미를 잃어가는 것만큼 가슴아픈일이 없다는 생각에 오늘도 설레는 마음으로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복지관 치매어르신을 찾아간다. 그리고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어르신을 만날 때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자유롭고 동등한 관계로 들어간다. 동정하거나 봐주거나 무시하거나 우기지 않는 건전한 한판 승부다.

“바둑을 두어보면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이 엿보입니다. 결단하는 마음, 밀어붙이는 상황, 상대를 바라보는 안목 등이 바둑돌 하나하나 놓을 때마다 깃들어 있으니까요.”

외조부가 구례 천은사 스님이어서, 중학교 졸업하고 외할아버지의 상좌가 되고 싶어 잠시 삭발을 하고 절에서 살아봤다는 구 씨는 “인간이 가장 인간답게 살아가는데 있어서 그 정신적 기저에는 불교적 가르침과 진리가 깔려 있다”며 “다른 사람을 위한 봉사의 삶이, 결국 나의 수행이요 내 삶에 비료를 주는 행위라는 것을 날마다 깨우치며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불교신문3114호/2015년6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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